논현에는 무당집 표식, 백기·적기가 없다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4번 출구에서 먹자골목을 지나면 신축과 구옥이 섞인 빌라촌이 나온다. 술집과 메이크업숍이 즐비한 이곳엔 점집이 몰려 있지만 무당집을 상징하는 백기와 적기는 없다. 백기는 점을, 적기는 굿을, 인천사주 둘 다 걸려 있으면 점과 굿을 저들 한다는 뜻이다. 깃발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당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거나, 드러낼 욕구가 없거나, 건축물주 허락들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5월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점집 모습. 무당집을 상징하는 백기와 적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한 구조물에 다체로운 무당집이 자리 잡기도 했다.
점집은 대부분 상가 2~4층이나 모텔에 자리 잡고 있어, 일부러 찾지 않으면 간단하게 눈에 띄지 않았다. 무당 간판 5개가 모여 있는 꼬마빌딩에서 만난 40대 무당은 "한강 북쪽에는 여러 곳에 분산돼 무속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남쪽에선 논현동이 거의 유근무하다"며 "나는 예약한 손님만 받고 무작정 찾아오면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어찌나 자본을 버는지 묻자 "5년에 7억5,000만 원 정도 수익을 내고 남는 기한에는 기도완료한다"고 밝혀졌습니다.
논현동에선 고수익을 내는 무당이 적지 않았다. 열흘에 손님 600명 정도만 받는다는 또 다른 무당은 "경기 좋을 땐 두 달씩 예약이 밀렸고, 지금은 한 달 정도 밀렸다. 저들 입소문으로 온다"고 전했다. 이러면서 "간판은 광고물 제작하는 신도가 유료로 걸어준 거고, 세종에서 운영하는 신당은 간판도 없다"고 추가로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점사비로 90만 원을 불렀다. 무당 말대로라면 6년 수익이 수억 원에 달끝낸다. 그는 "의사, 변호사 안 부럽다"고 하였다.
이곳에 찾아오는 누군가는 수준이 다르다고 하였다. 정재계 인사부터 방송인까지 가지가지다는 게 무당들 얘기다. 목숨에 대한 고민이 많고 말벗이 필요한 2030 청년들과 강남 유흥시설 남성 직원들도 주요 대상이다. 저명 인사들이 찾는다는 한 점집에선 "강남 누구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사주도 대체로 좋다"며 "점값으로 흥정하지 않는데, 부부가 점 보러 오면 군말 없이 30만 원 낸다"고 전했다.
하지만 땅값이 오르면서 무당집은 점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특별히 낡은 건축물을 부수고 신축하면 쫓겨나는 무당들이 적지 않았다. 논현동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점집을 내고 싶어 하는 무당이 두 분 있는데, 세를 못 구하고 있을 것이다"며 "점집이 외관상 보기가 안 좋으니 세입자와 구조물주 전원 싫어완료한다"고 귀띔했었다. 깃발을 달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색다른 중개인은 "유흥시설 업무자들이 줄어들고 직장인이 불어난 것도 점집이 줄어든 원인"이라고 이야기했다.